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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新의료행위 분류체계, 뚜껑 열어보니 '황당'

야심찬 新의료행위 분류체계, 뚜껑 열어보니 '황당'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5.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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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학회·임상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단독진행
임상현장 연계성 부족...벌써부터 '적용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한국표준 의료행위 분류체계' 연구용역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학회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아 임상현장과 동떨어졌으며,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심평원은 제1차 의료행위분류 표준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난해 서울대학교에 연구 의뢰한 '한국표준 의료행위 분류체계 개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년 전 만들어진 후 변화가 없었던 의료행위 분류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시작됐다. 분류체계를 만들 당시 수가 위주로 개발하다 보니 행위분류의 일관성이나 체계가 미흡했고, 개별 의료행위가 어느 범주까지를 포함하는지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았던 것.

수가코드의 확장성이 낮은 건 물론 시술용어나 분류도 임상 현장과 차이가 났다. 또 비급여 행위분류가 제외돼 전체 의료행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때문에 현재 임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행위를 포함하는 분류체계의 개발과 이를 건강보험에 적용할 수가체계 개발이 필요했던 상황.

한국형 의료행위 분류체계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이날 공개된 결과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역력했다는 전언이다.
 
최장 19자리까지 늘어지는 분류코드도 문제지만, 연구 과정에서 전문학회 및 임상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행위를 기준으로 분류코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질환을 포괄할 수 있는 코드를 기준으로 제안하다 보니 임상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부 과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각 학회 및 보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데 교감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 역시 "전문학회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던 게 아쉽다. 의료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코드도 너무 길어 압축해 표현하는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완결성과 확장성이 타깃이나 최장 19자리까지 늘어져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길래 이러한 반응이 나온 걸까.

용역을 진행한 서울대학교 연구진은 코드의 완결성과 확장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개별 행위 및 검사는 고유의 코드를 지니며(완결성), 새로운 행위 및 검사에 대해서도 고유 코드를 손쉽게 부여하도록 했다는 것(확장성).

연구진이 제안한 의료행위 분류체계는 기본코드와 확장코드로 나뉜다. 기본코드는 8개 영역, 확장코드는 3개 영역로써 전체 코드는 총 11개 영역으로 구성되며, 기본코드는 의학적 요소, 확장코드는 수가 산정을 위한 회계 요소로 구분했다.

기본코드는 개별 행위 및 검사의 정체성과 세부 내용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기본코드 중 앞 4개 영역은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행위·검사'로써 개별 행위 및 검사의 정체성을, 나머지 4개 영역은 '기술·방법', '접근경로·검체', '수식자1', '수식자 2'로써 개별 행위 및 검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확장코드는 '급여·비급여', '자유기술 기여변수', '계산 및 회계요소'로써 의학적 내용이 아닌, 수가 산정 요소들을 배치했다.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코드와 확장코드 사이에 하이픈(-)을 넣어 구분했으며, 코드는 각 영역별로 1∼2자리씩 최대 19자리까지 생성된다.

 
그러나 의료계 관계자는 "실제 행위 기반이 아닌 코드 기반으로 이뤄진 이같은 분류체계에서는 자릿수가 너무 길어진다. 분류체계 정립은 단순화 및 입력의 편의성이 목적인데 그러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의료계와 합의되지 않은 이러한 분류체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별적으로 다시 검토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 역시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임상에 적용하기 전 전문학회별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류가 잘못된 경우나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심평원과 학회 대표들이 용어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 현재 수가코드 목록을 새로운 분류체계에 대입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재검토가 향후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에 이날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대상', '방법', '행위'의 3개 축으로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전문학회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코드 기반 체제에서 행위 기반의 축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심평원 "의료계 수용 가능성이 가장 중요" 내부 검토할 것 
심평원은 의료행위 분류체계 도입에 있어 무엇보다도 현장에서의 수용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보완할 게 많다.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시기를 정해 놓고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며 "현재 코드와 용역 결과간 매칭을 통해 어떤 점을 보완할지 정할 것이다. 의료계가 동의하지 못하는 용역결과를 100% 그대로 밀어붙일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용역 수행기간이 짧아 전문학회 등 의료계 의견수렴이 잘 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며, 심평원 내부적으로 검토해 방향을 정리할 것이라 밝혔다. 또 지난해 의과에 이어 올해는 치과와 한방 역시 연구용역을 통해 의료행위 분류체계 개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과와 치과, 한방간 연구용역 결과를 비교·분석한 다음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적어도 내후년 이후에나 구체적인 의료행위 분류체계가 나올 것"이라며 "만만치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전문학회 등과의 논의로 임상현장에 적용가능한 의료행위 분류체계로 다듬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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